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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꿰매며 눈물도 꿰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날도 아침 햇살이 희미한 미묘한 빛으로 마법 장난감 복원소의 창문을 비추던 어느 순간, 복원소의 모든 구성원들은 내부의 고요한 긴장감에 잠겼다. 오늘은 특히나 특별한 날이었다. 오래된 장난감 하나 하나를 소중히 다루며,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치유하는 일이기에, 작은 손길 하나하나에 모든 마음이 집중되었다. ‘기억을 꿰매며 눈물도 꿰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라는 말을 수차례 곱씹으며, 복원소의 수석 복원사인 리아는 조심스럽게 고장 난 곰 인형의 심장, 작은 구멍에서 상처 입은 울음이 담긴 눈망울을 손길로 어루만졌다. 손길의 떨림은 마음의 떨림과 맞닿아 있었다. 그녀는 곁에서 자주 보여주는 따뜻한 미소와는 달리, 오늘은 내면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더욱 조심스럽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제 이 작은 장난감에는 단순히 깨진 조각들이 아니, 한 아이의 순수했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첫 웃음, 때로는 슬픔이 남긴 흔적들이 복원 과정을 거듭할수록 하나씩 다시 어우러졌다. 복원 과정은 단순한 수리 그 이상이었다. 이는 마치 잊혀졌던 감정을 다시 끄집어내어, 그 상처들을 치유하는 일과도 같았다. 아이의 마음이 남긴 깊은 흔적은 복원하는 이의 손에 의해 하나씩 조금씩 꿰매어지고, 그와 함께 눈물도 함께 꿰매는 정교한 작업이었다. 눈물이 얼핏 보면 하나의 방울처럼 보여도, 그것이 모여 감정을 새롭게 녹여내는 핵심이었음을, 복원소의 모든 직원들은 알고 있었다. 리아 역시 새삼스럽게 생각하며, 자칫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이 작업의 의미를 다시 실감하고 있었다.

복원소의 방은 수많은 장난감들이 모여 있는 작은 공장 내 공간이었다. 각 구석구석마다 흥건히 쌓인, 오래된 나무상자와 진흙 이끼 낀 인형, 부서진 자동차와 떨어진 피규어들이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한때는 어린아이들의 기쁨이었던 것들이었고, 지금은 시간의 풍화를 견디며 고개를 숙인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모인 각각의 장난감들은 단순히 복원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 안에 깃든 추억의 조각들이, 각각의 숨겨진 이야기를 방출하고 있었다. 한 쪽 구석에 놓인 작은 곰 인형은 이전 소유자의 기쁨과 슬픔이 섞인 목소리를 품고 있고, 찢어진 검은 토끼 인형은 무심한 손길 뒤에 숨어 있던 슬픔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복원 작업은 마치 고대의 수놓인 양초 깜박임과도 같아서, 각 장난감이 품고 있던 기억과 감정이 초록빛 감정의 실 같던 실로 하나씩 꿰매어지고 있었다.

이날은 특별히, 어린이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감정의 권위자’라는 이름의 작은 소녀 민지가 방문했다. 그녀의 눈망울은 때로는 호기심으로, 때로는 슬픔으로 차 있었다. 민지는 자신의 오래된 인형을 가져와 복원소의 직원들에게 보여주며, 자신이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 인형은 너무 오래돼서, 못 쓰게 됐어요. 근데 난 아직도 이 인형이 좋아서 꼭 다시 보고 싶어요,” 민지의 목소리에는 순수한 기대와 슬픔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이 순간, 복원소의 모든 사람들이 다시 한번 느꼈다. 장난감 하나가 가진 의미는 단순한 놀잇감의 역할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린아이가 겪은 성장통, 기쁨, 그리고 때론 상실의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는 작은 헌사였던 것이다.

리아는 조용히 민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 함께 이 인형을 다시 만든다면, 네 마음도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어요. 우리의 작업은 단순한 수리가 아니에요. 이건 추억과 감정을 치유하는 과정입니다.” 민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작업이 시작되자, 시간은 더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손수 작은 브러시로 먼지를 털어내고, 실밥이 끊어진 곳을 정성스럽게 수선하며, 복원원들은 각각의 장난감에 깃든 이야기를 하나씩 끄집어내었다. 어떨 때는 눈물로 젖은 기억이, 어떤 때는 웃음으로 가득한 추억이 드러났다. 복원소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감정의 소용돌이와 싸우면서, 아이들 마음속에 남아있는 상처를 받쳐 주는 역할을 해냈다. 세월이 흐를수록, 눈물은 감정을 조금씩 ‘꿰매는 실’이 되었고, 그 실은 어느새 치유의 망사처럼 장난감과 마음마저 연결하는 연줄이 되어갔다.

그날 밤, 복원소의 마법은 완벽하게 결실을 맺었다. 새롭게 깃든 장난감들은 한때의 참담함 대신, 깊이 숨겨진 이야기들과 함께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 하나하나에는 또 다른 기억이 살아 있었고, 그들이 치유한 흔적들은 아이들의 작은 손 끝에 스며들었다. 이 일은 끝나지 않는 작업이었다. 더 많은 아이들이, 더 많은 장난감들이, 감정의 상처와 추억의 무게에 눌려 있었다. 그러나 복원소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만들어내는 온기와 재생은 새로운 이야기와 감정을 품어내는 원천이 되어 주었다. 그날의 밤, 복원소를 떠나간 장난감들은 더 이상 슬픔을 머금지 않은 채, 희망과 기억의 끈으로 다시 연결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조그마한 공간에서,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또 다른 장난감과 아이들이 눈을 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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