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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꿰맨 실밥 자국은 나에게도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다

꿰맨 실밥 자국

어느 조용한 봄날, 작은 마을의 끝자락에 자리한 마법 장난감 복원소, ‘리스토아리아’에는 특별한 비밀이 숨어 있었다. 복원소의 벽면마다 촉촉한 빛이 깃들고, 이곳을 찾는 아이들의 기억과 꿈이 하나로 어우러져 반짝이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젊은 직원인 수아는 고장 난 곰 인형을 조심스럽게 손에 들고 있었다. 인형의 털은 금이 가고, 작은 부품들이 산산이 흩어졌지만, 환한 표정이 잃어지지 않은 채 여전히 포근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새벽 햇살이 조용히 방 안을 비추던 시간, 수아는 오래된 장난감을 손질하다가 무심코 눈길이 멈춘 곳이 있었다. 바로 인형의 배 쪽에 새겨진, 작은 실밥자국이었다. 그것은 무심코 놓쳤던 흔적이었지만, 지금껏 끊임없이 마음을 울려왔다. 그녀는 가만히 손가락으로 그 자국을 따라 만져보며, 어느 새 알게 되었다. 내가 손수 꿰맨, 그 실박이는 나에게도 남아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어쩌면 이 장난감이 품고 있던 수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가 바로 오늘 이 순간, 다시 떠오르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 파란 인형은, 한때 어린 소년인 태호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태호는 늘 바빠서 엄마와 함께 장난감 가게를 찾아 여러 가지 인형을 골랐지만, 그중에서도 이 푸른 곰 인형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어느 겨울의 추운 날, 태호는 무심코 떨어뜨린 인형에 작은 실밥자국이 생기자, 자기만의 방법으로 그것을 감췄다. 꿰맨 실은, 처음엔 작은 흠집에 그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국은 점차 깊어지고, 곁들여진 감정도 더 뚜렷해졌다. 그 실밥은 태호의 작은 손이 닿았던 따뜻한 기억과, 포근한 안식처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수아는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장난감 속에 깃든 마법 같은 이야기가 이제 조금씩 자신의 마음속에도 자리 잡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수아는 자신의 손을 통해 묻어나는 흔적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품고 있는지 알게 되면서, 복원작업이 단순한 수리의 차원을 넘어 감정의 복구와 치유의 과정임을 깨닫는다. 그녀는 이제, 단순히 부서진 장난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잠든 기억을 다시 깨우는 역할임을 자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아는 손에 꿰맨 실밥자국이 각인된 인형과 함께 또 다른 이야기를 발견한다. 그 속에서 숨겨진 작은 소리, 작은 냄새, 그리고 부드러운 촉감들이 다시 살아나면서,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공터 같은 곳이 갖는 힘이 무엇인지,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일이 얼마나 숭고하고도 감동적인 일인지 새롭게 깨달으며,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자신만의 ‘옛 기억’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 순간, 그녀 앞에 맞춰진 조그만 소리와 함께, 옛날 이야기의 조각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어린 시절, 태호와 함께 놀던 공원, 그가 처음으로 인형을 껴안았던 날, 그리고 그 작은 실밥이 만들어진 순간들. 어떤 것은 웃음이었고, 어떤 것은 작은 눈물, 어떤 것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감정의 조각이 섞여 있었다. 수아는 일종의 예술적 감각으로, 이 감정들이 담긴 ‘보물창고’의 상징인 실밥자국을 떠올리며, 그것이 바로 치유의 시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될 복원 작업은, 단순한 수리 그 이상이라는 믿음을 품게 된다. 그녀는 장난감 한 개 한 개에 대한 세심한 정성과 공감, 그리고 깊은 애정을 가지고, 이 작은 세계를 하나씩 다듬어갔다. 이 과정에서, 수아는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감정들과 화해하며, 자신이 잃었던 따뜻한 기억들을 조금씩 회복해 가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

그 밤, 수아는 불빛이 흐드러진 작업장을 조용히 정리하며, 깨닫게 된다. 손에 꿰맨 실밥 자국, 그 흔적은 어쩌면 대단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작은 흠집 하나, 흔적 하나가 갖는 의미는, 우리가 살아가며 쌓아온 경험과 감정의 증거이며, 그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룬다는 사실. 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는 건, ‘포기하지 말라’거나, ‘다시 일어서라’는 말보다 깊은 울림이 있다는 것.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잃어버렸던 따뜻한 기억들이 이 작은 흔적들 속에서 살아 숨쉬는 것을, 수아는 다시 한번 느꼈다. 그녀는 이 작은 실밥 하나하나를 통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복원하는 작은 영웅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다음 날 새벽, 수아는 또 다른 장난감을 손에 들고 새로운 비밀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어떤 감정들이 드러날까? 그리고 또 어떻게 이 작은 흔적들이, 시간이 지나 더욱 값지게 빛날까? 그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오늘 이 순간이, 또 다른 한 페이지의 시작임을, 묵직한 기대와 희망으로 받아들이며, 작업장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이 작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마법 같은 일들이, 세상 곳곳의 아이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그리고 삶의 모든 흔적이 결국 따뜻한 의미와 사랑으로 다시 피어난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작품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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